2026년 02월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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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정신없을 만큼 많은 일이 한꺼번에 지나간 한 달이었다. 부스트캠프를 마무리하고 졸업까지 하면서, 이대로 시간에 휩쓸려 지낼 수는 없겠다는 생각에 전체 계획을 다시 세웠다. CS 기본기를 다시 돌아보고 알고리즘 문제를 꾸준히 풀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이력서는 수없이 고치고 뒤엎는 사이 어느덧 3월이 되어 있었다.
주변에는 이미 이력서와 면접 대비까지 잘 갖춘 사람이 많았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수록 조급해져 해야 할 일을 한가득 쌓아두고 쳐내기 바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 템포를 따라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들이 들인 시간과 노력을 단기간에 따라잡길 바라는 건 욕심이었다. 더디더라도 꾸준히, 차근차근 나아가려 한다.
아는 것을 말로 꺼내는 연습
부스트캠프 동료들과 대화하며 내 기본기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설명을 들을 때는 '맞아, 그거지' 하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막상 내 입으로 설명하려니 키워드도 표현도 떠오르지 않아 답변이 자꾸 흐트러졌다.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려면 개념부터 정확히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고 느꼈고, 함께 프로젝트를 했던 캠퍼와 CS / 면접 스터디를 시작했다. 흩어진 지식을 체계적으로 엮어, 이해한 내용을 누구에게나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목표다.
운영 방식은 최근 커피챗에서 들은 방식을 가져왔다. 주 2회 중 1회차에는 각자 3~4개의 핵심 질문을 골라 개념을 정리해 발표하고, 4명이 모이니 매번 12~16개의 질문이 쌓인다. 2회차에는 이 질문들로 모의면접을 한다. 개념 정리와 말하기 연습을 자연스럽게 병행할 수 있는 구조다.

발표 준비에서는 어디까지 설명해야 하는가를 정하기가 까다로워 시간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졌다. 모의면접에서는 글로 정리하는 것과 말로 표현하는 것의 간극이 컸다. 어떤 순서와 키워드로 풀어갈지, 시선과 말투까지 신경 쓰다 보면 머릿속 시뮬레이션대로 되지 않았다. 예전에는 그럴 때마다 "왜 이렇게 말을 못 할까" 자책했지만, 이제는 한두 번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안다. 한 달 뒤 회고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자신 있게 생각을 전달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AI를 두려워하기보다 길들이기로 하다
작년 8월 Claude Code를 처음 썼을 때의 충격이 아직 남아 있지만, 돌이켜보니 그 놀라움에만 머물러 있었다. 익숙한 도구에 안주하는 사이 수많은 AI 도구가 생겨났고, 개발자의 코드 작성 시간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려왔다. 이제는 코드를 직접 치는 것보다 AI 도구를 적재적소에 활용해 생산성과 품질을 끌어올리는 능력이 핵심 역량이 되어가는 것 같다.
그래서 n8n과 OpenClaw에 관심을 갖게 됐다. OpenClaw를 제대로 실험하려면 시스템과 보안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고 판단해, 비교적 친숙해 보이는 n8n부터 익히며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는 토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문서를 빠르고 깔끔하게 쓰는 것이 개인의 역량이라 믿었는데, 30분 넘게 걸리던 작업이 단 30초 만에 끝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일일이 명령하지 않아도 워크플로우가 이벤트를 감지해 스스로 작동한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 반복 작업에서 벗어나면 더 본질적인 고민에 집중할 수 있다. AI 때문에 개발자의 입지가 위태롭다는 시선을 접하면 속상하지만, 결국 헤쳐 나갈 방법은 끊임없이 배우고 시도하는 것뿐이다. AI는 두려워하거나 배척할 대상이 아니라, 길들여야 할 존재라고 생각한다.
이력서에 나라는 사람을 녹여내다
이력서를 쓰며 가장 먼저 부딪힌 건 무엇을 넣어야 나를 잘 보여줄 수 있느냐였다. 돌아보니 프로젝트는 많았지만 문제 해결에만 치중했을 뿐, 깊이 고민한 사고 과정이 담긴 건 가장 최근 프로젝트뿐이었다. 그래서 애매한 여러 프로젝트를 늘어놓는 대신 확실한 하나를 집중적으로 보여주기로 했다. 더 고민할 걸 하는 후회도 들었지만, 그 시도들이 마지막 프로젝트의 밑거름이 되었으니 지금은 후회가 크지 않다.
보여주고 싶은 건 결과보다 과정이다. 마지막 프로젝트에서는 문제가 생기면 코딩을 멈추고 먼저 고민해 방향을 잡은 뒤 개발에 들어갔고,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이끌며 배운 것을 공유해 모두의 성장을 추구했다. 얼마나 크게 읽힐지는 모르지만 그 태도를 조금이라도 드러내고 싶었다.
아직 풀지 못한 고민은 이력서와 포트폴리오의 비중이다. 많이 보여주려다 이력서가 길어지면 궁금증보다 반감을 살까 걱정되고, 핵심만 담고 나머지를 포트폴리오로 넘기면 거기까지 살펴볼지 의문이다. 다음 달에는 섹션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반복하지 않도록 관통하는 주제 하나를 잡고, 결국 나라는 사람을 제대로 표현해야 한다는 관점으로 계속 다듬어 나가려 한다.
7년 만에 학생에서 벗어나다
2019년 입학 후 7년 만에 드디어 학교를 떠나게 됐다. 막연하게만 그려왔던 졸업이 현실이 되었지만, 기대했던 해방감보다 아쉬움이 더 컸다. 아침부터 수강신청에 긴장하던 순간, 강의실 앞에 옹기종기 모여 수업을 기다리던 시간, 별생각 없이 캠퍼스에 누워 잠들었던 순간까지 종종 떠오른다. 어디서든 우연히 누군가를 마주칠 수 있던 그 일상이 내게 큰 에너지였다는 걸, 떠나고 나서야 알았다. 학생일 때 누리던 일상이 생각보다 훨씬 소중했다. 졸업하자마자 도서관 출입도 막혔다…
2~3년 전 지인들의 졸업식은 다들 한자리에 모이는 시끌벅적한 이벤트였는데, 취업으로 흩어진 지금은 예전처럼 모이기 어렵다. 그 추억이 선명해져 괜스레 졸업을 빌미로 먼저 연락을 돌렸고, 조만간 술 한잔 하기로 했다. 어디서든 늘 막내였는데, 졸업식에서 사진을 찍으며 둘러보니 곁에는 동생들이 더 많았다. 나도 모르는 새 형 누나의 자리에 올라서 있었다. 서툴렀을 텐데 잘 따라준 동생들 덕에 학교 생활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졸업생들이 학교로 돌아와 진로 상담이나 강연을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도 저 자리에 서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만큼 성장한다면 꼭 돌아와, 멀리서 구경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옆에서 조언하고 함께 고민을 나누는 선배가 되고 싶다.
정리하며
목표는 하반기 취업이다. 상반기에는 기본기를 탄탄히 다지며 이력서 작성과 면접 준비를 꾸준히 반복하려 한다. 서류 지원도 계속 시도하며 무엇이 부족한지 직접 부딪혀 보고, 그때그때 보완해갈 생각이다. 남들보다 부족하다고 느끼는 만큼 더 성실하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려 한다.
얼마 전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바로 떠오르는 대답이 없었다. 분명 예전에는 좋아하던 것들이 있었는데 정작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야 어릴 적부터 연극 보는 걸 좋아해 꾸준히 챙겨 봤다는 게 떠올랐다. 바빠진 이후로 잊고 지냈던 것이다.
요즘 너무 노트북 화면 속에만 갇혀 있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연극이나 공연을 보러 가는 것처럼, 컴퓨터에서 벗어나 나를 채우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