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부스트캠프 웹・모바일 10기] 전체 과정 후기
- 네이버부스트캠프
- 회고
들어가며
대학교 4학년 1학기를 마칠 무렵, 동아리 활동과 팀 프로젝트로 나름의 포트폴리오가 쌓여 이 정도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붙여넣은 코드와 AI가 짜준 코드로 프로젝트를 돌아가게만 하고 있었다. 코드 한 줄 한 줄을 설명하라면 막막했고 사용자가 마주할 예외 상황도 고려하지 않았지만, 그 사실이 불편하지도 않았다. 제대로 된 설계 없이 결과물만 찍어내다 보니, 무엇을 잘하고 무엇이 부족한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 무렵 AI 기술이 급변하는 환경을 지켜보며, 코드를 넘어 문제를 이해하고 설계하는 힘을 기르고 싶어졌다. 혼자서는 무엇부터 공부해야 할지 막막해 부트캠프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수료생 타이틀이나 짧은 기간 안에 결과물만 남기는 곳 말고, 스스로 고민하며 임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았다. 그중 눈에 들어온 것이 네이버 부스트캠프였다. 강의를 듣기보다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 내가 찾던 환경과 정확히 일치했고, 그 확신으로 지원서를 썼다.

네이버 취업이라는 꿈을 꾸기도 했지만, 그 전에 나부터 바로잡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전공에서 쌓은 CS 기초가 실제 코드와 서비스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직접 느끼고, 암기로 끝나는 지식이 아니라 나만의 강점으로 만들고 싶었다. 기존의 내 코드는 내 생각이 거의 담기지 않은, 그저 돌아가는 코드에 가까웠다. 스스로 구조를 설계하고 그 생각을 코드로 표현할 수 있는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
베이직과 챌린지 과정을 거치며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부스트캠프 초반까지도 근거 없는 자신감이 남아 있었고,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내 실력인 양 착각하고 있었다. 그 착각은 동료 캠퍼들과 작업 내용을 공유하고 질의응답을 주고받으면서 빠르게 깨졌다. 내가 직접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었고, 질문 하나에 막힐 때마다 쌓아왔다고 믿은 실력이 사실은 AI가 대신 판단해준 결과였음을 확인할 뿐이었다.
그때부터 AI 사용을 의도적으로 줄였다. 모르는 내용은 모르는 그대로 두었고,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내가 이해한 범위 안에서 구현해 제출했다. 대신 동료들에게 솔직하게 질문하며 빈칸을 채워 나갔다. 모르는 것 앞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왜 나는 못 할까"라는 자책과 "이렇게도 접근할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 사이를 오갔지만, 스스로 헤맨 끝에 얻은 답은 AI가 준 답보다 오래 남았다.
부담을 덜어내면서 떠오르는 대로 코드부터 치던 습관도 멈추고 설계부터 시작하게 됐다. 노트와 펜으로 화면 흐름과 데이터 구조를 그려보고 Mermaid나 Excalidraw로 시각화해보니,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방식은 손으로 직접 그려보는 것이었다. 계획을 세우는 습관도 함께 자리를 잡아, 계획서를 반복해 쓰다 보니 어떤 작업에 얼마나 걸리는지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하루와 주 단위 계획을 현실적으로 세우고, 다른 사람의 속도에 휘둘리지 않고 내 페이스를 지킬 수 있었다.
멤버십 과정에서의 변화
그렇게 챌린지를 마치고 멤버십에 들어서며, 결과보다 매주 실천할 수 있는 다짐에 집중하기로 했다. 함께 성장하는 법을 배우고, 그 안에서 나만의 색깔을 가진 개발자가 되고자 했다.
- 코드부터 치지 않고, 생각과 설계를 먼저 하기
- 근거를 갖춰 말하고, 내 방식만 고집하지 않기
- 매주 빠지지 않고 회고 작성하기
-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 되기
가장 먼저 부딪힌 문제는 설계를 먼저 하는 습관이 정말 효율적인지였다. 베이직과 챌린지 기간에는 마음이 급할수록 일단 키보드부터 붙잡았고, 그렇게 짠 코드는 요구사항이 하나 바뀌거나 놓친 예외 케이스가 드러날 때마다 이미 짜둔 부분까지 다시 손대야 했다. 그래서 하루 단위로 요구사항을 쪼개고, 종이에 흐름을 정리한 뒤에야 구현에 들어가 봤다. 처음 며칠은 코드를 한 줄도 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려보내는 것 같아 불안했지만, 손이 근질거려도 참고 흐름을 다듬는 데 시간을 더 썼다.

구조와 흐름을 미리 그려두니 중간에 길을 잃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이 부분은 어떻게 연결하지"라며 손을 멈추고 고민하던 순간이, 종이 위에서 이미 답을 낸 채로 시작하니 눈에 띄게 줄었다. 개발 속도가 크게 달라진 건 아니었지만, 같은 시간 안에 더 안정적인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AI를 다루는 방식의 변화
설계를 우선하는 습관이 자리 잡으면서, AI를 쓰는 방식에도 손을 대야 했다. 이전에는 "이건 어떻게 해야 해?" 같은 단편적인 질문으로 원하는 답만 뽑아 쓰고 있었다. 돌아온 답을 붙여넣으면 동작은 했지만, 왜 그렇게 동작하는지는 몰랐고 상황이 조금만 달라져도 처음부터 다시 물어야 했다. 여러 시행착오와 캠퍼들과의 정보 공유를 거치며 질문하는 방식부터 바꿨다.
- "N년 차 풀스택 개발자"라는 역할을 부여하고, 프로젝트의 목적과 기술 스택, 제약 사항을 상세히 설명한다.
- 코드 컨벤션과 응답 형식, 예외 처리 기준까지 미리 정의해 질문한다.
- 하나의 도구에 안주하지 않고 목적에 따라 AI를 조합해 사용한다.
기준도 명확해졌다. 잘 모르는 영역은 AI에게 통째로 맡기지 않는다. 그럴듯해 보이는 답 뒤에 숨은 잘못된 가정을 뒤늦게 발견하고 처음부터 다시 검증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구현 방향이 명확한 작업에는 입출력과 제약 사항을 주고 초안을 맡겼고, 그 시간에 다른 작업의 설계를 그려두니 리뷰할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근거를 갖춰 말하기
AI를 다루는 태도가 달라진 것처럼, 동료들과 대화하는 방식도 자연스레 바뀌었다. 초반에는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처럼 근거보다 제안이 앞서는 경우가 많았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냥 감이었다"는 말을 속으로 삼키며 얼버무리는 일이 반복되자, 다음 논의에서는 의견을 먼저 꺼내기가 점점 조심스러워졌다.
그때부터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보고, 왜 이런 결론을 냈는지"를 덧붙여 말하는 연습을 의식적으로 했다. 덕분에 반박이나 질문을 받았을 때 내 논리가 부족한 것인지 지식 자체가 부족한 것인지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논리가 허술했던 부분은 그 자리에서 근거를 다시 정리했고, 아예 몰랐던 부분은 회의가 끝난 뒤 따로 찾아보고 다음번에는 답할 수 있도록 채워 넣었다.
회고가 남긴 것
한 주를 돌아보는 방식도 함께 달라졌다. 챌린지 기간 중 동료 캠퍼의 추천으로 주간 회고를 쓰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이건 못했다", "이건 부족했다"는 문장들로만 채워졌다. 그 씁쓸함이 반복되니 회고를 쓰는 일 자체가 미루고 싶은 숙제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회고의 방향을 바꿨다. 먼저 지난주에 잘해낸 점을 기록하고, 그 흐름을 이번 주에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지 적었다. 막힌 부분이 있으면 지난주엔 비슷한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부터 되짚었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자책 대신 원인과 다음 주 계획에 초점을 맞췄다. 관점을 바꾸고 나니 회고는 옆에서 함께 바라봐 주는 도구가 되었고, 몇 주치를 이어 읽으면 그때는 못 느꼈던 변화가 눈에 보였다.
부스트캠프에서 얻은 가장 실용적인 습관을 꼽으라면 단연 회고다. 팀원들과 공유하며 팀 전체의 방향과 온도를 맞춰 갔던 경험도 기억에 남고, 앞으로도 이어갈 생각이다.

함께 성장하며 배운 것
스스로를 돌아보는 습관 못지않게, 함께하는 사람들에게서 받은 영향도 컸다. 매일이 전쟁터 같았던 베이직과 챌린지 기간에도 용기를 내어 발표하거나 마지막 순간에 따뜻한 말을 건네는 캠퍼들이 있었다. 발표 직전 긴장해 있을 때 건네받은 응원 한마디에 마음이 놓인 적도 여러 번이었다. 그 작은 행동이 얼마나 큰 위로와 동기부여가 되는지 지켜보며, 나도 이 커뮤니티 안에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인연이 닿았던 캠퍼들과 꾸준히 연락을 이어가며 서로 어떤 작업을 하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나눴다. 좋은 정보를 공유해주는 캠퍼들을 보며 나는 왜 기다리기만 하나 싶어, 슬랙에도 틈틈이 배운 점이나 학습 내용을 남기기 시작했다. 반응은 생각보다 빠르게 돌아왔고, 그 하나하나가 계속 글을 쓰게 만드는 힘이 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개인적인 대화보다 여럿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더 자주 만들었다.
혼자서는 풀지 못했던 문제를 여럿이 모여 풀어내는 경험이 쌓일수록, 커뮤니티의 성장이 곧 우리의 성장이라는 믿음도 단단해졌다. 예전에는 협업의 중요성을 머리로만 알았지만, 이제는 같은 길을 걷는 동료들의 존재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몸으로 느끼고 있다. 동료들에게서 자극과 배움을 얻었듯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자극을 주고 싶어, 이제는 질문 하나에도 먼저 손을 들어 답해보려 한다.
앞으로의 목표
무언가에 쏟아부었던 열정이 갑자기 멈추면 공허함이 찾아오기 마련이고, 이 시기를 가장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몰입할 대상이 사라지는 순간, 예전의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슬그머니 돌아갈 수도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스트캠프에서의 생활 리듬과 학습 습관을 그대로 일상으로 가져오려 한다. 매일 아침 할 일을 정하고, 하루와 주 단위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루틴을 이어갈 생각이다.
본격적으로 취업 시장에 뛰어드는 만큼 이전보다 더 치열하게 임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결과물의 개수보다, 코드 한 줄이든 이력서 한 줄이든 왜 그렇게 썼는지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지를 먼저 물어보려 한다. 지금까지 배워온 사고방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멈추지 않고 증명해 나가는 개발자가 되고자 한다.
정리하며
그렇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이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 덕분이다. 뛰어난 개발자들과 한자리에 모여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단순히 코드를 잘 짜는 사람들이 아니라 왜 그렇게 짰는지까지 궁금해하고 물어봐주는 사람들이었다. 미션을 함께 수행하던 캠퍼를 넘어, 앞으로의 커리어와 인생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동료로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 그래서 이 여정을 마무리하는 인사로 "고생하셨습니다"보다는, 다음 챕터를 함께 열어가자는 마음을 담아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이 변화도 혼자 만든 것이 아니었다. AI가 짜준 코드를 내 실력이라 착각하던 자신감은 이제 없다. 그 자리를, 코드 한 줄을 설명하지 못해 흔들렸던 순간마다 구조를 그리고 근거를 갖추며 채워온 습관이 대신하고 있다. 여전히 급할 땐 손이 먼저 나가고 감이 앞설 때도 있지만, 아직 다 채우지 못했을 뿐 그 과정은 계속된다.

부록
그냥 지나가긴 아쉬워 사진 몇 장을 남겨둔다.
오프라인에서 많은 캠퍼들을 직접 만났다. 화면 속 캠으로만 보던 얼굴을 실물로 마주하니 또 다른 느낌이었고, 그때를 계기로 지금까지 대화를 이어가는 사이가 된 사람도 많다.

양재 오프라인 나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막국수가 정말 맛있다. 점심 시간에 가면 한 상이 나오는데 정말 야무지다. 아직도 코끝에 그 고소한 향이 맴도는 것 같다. 한 번쯤은 꼭 드셔 보시길.

막국수는 처음 만난 사이에서 야무지게 먹었다면, 이제 좀 편해진 사람들과는 한식 뷔페를 정말 자주 갔다. 진짜 여기가 최고다. 양재에서 9천원에 이만큼은… 여기에 국이랑 라면도 공짜다. 망설이지 말고 한번 이야기 해봐야한다. 여긴 최고의 가성비이자 맛집이다.

항상 오프라인이 끝나면, 카페에 들러 마무리를 짓고 집에 갔다. 갈 때마다 달고나 라떼를 주문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직원분도 나를 알아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뭐 어때. 당 충전 최고!

인생이 마냥 맘대로 풀리진 않는다.

그래도 웃자.

아휴 이 엄청난 사람들... 다들 진짜 말도 안되게 잘하시는 분들이다. 그래서 더 눈치보지 않고 찡찡거린다. 옆에서 정말 많이 배우고,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모각코로 맨날 12시 넘어서까지 하고 그랬는데… 이제 줌이 없어졌다ㅠㅠ 새로운 공간을 찾아야 한다!

용산에서 시작된 또 하나의 모임…. 내가 자주 가는 카페에 계실 줄은 몰랐지… 아무튼 이쪽도 다들 잘하신다. 항상 진행 상황을 함께 공유하면서 다른 관점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도움이 필요할 땐, 항상 먼저 나서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마지막 프로젝트는 공식적으로는 끝이 났다. 하지만 아직 개선하고 추가하고 싶은 부분이 많기에, 팀원들 모두의 동의 하에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Plum의 두번째 챕터를 응원해주세요!!

📎 GitHub: Plum / 강의실을 놀이터처럼, 결과는 전문가처럼

더이상의 내용은 없다! 여기까지가 끝이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욱 더 나아가자. 잘 해낼 수 있다. 모두모두 감사했습니다! 더 멋진 Rocky가 되어 돌아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