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을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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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31

들어가며

시간이 참 빠르게 흘렀다. 주변 친구들은 이미 취업해 연차를 쌓고 있고, 조카도 쑥쑥 자라 볼 때마다 놀란다. 나 역시 마지막 학년을 마치고 졸업을 앞두고 있다. 학교, 동아리, 아르바이트처럼 한 해 동안 나를 붙잡아준 자리들도 하나둘 정리하며 졸업 후의 새로운 챕터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꼽으라면 네이버 부스트캠프 준비 과정이다. 2주 베이직과 4주 챌린지로 이어지는 입과 여정 내내 하루하루를 불태웠고, 그 과정에서 학교 안에서만 활동해온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깨달았다. 매주 새로 만나는 캠퍼들에게 배운 걸 내 것으로 만들려 했지만 쉽지 않았고, 후회할 틈도 없이 다음 과제로 넘어가며 발버둥친 끝에 운 좋게 합격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한 해를 붙잡아준 자리들을 정리하다

전역 후 가장 많은 추억이 담긴 공간은 3년 가까이 일한 서울 상상나라라는 아이들 체험 전시관이었다. 쪼꼬만한 꼬맹이들과 뛰어놀다 보면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받았고, 몇 달 만에 다시 온 아이들이 나를 알아보고 반가워할 때만큼 행복한 순간은 없었다. 늘 챙겨주던 형누나들 덕분에 집에서 조금 먼 곳이었는데도 출근길이 항상 설렜다. 앞으로의 내 앞길을 준비하려고 그만두었지만,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떠나던 발걸음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대학 생활 내내 이어온 동아리도 마지막 10번째 활동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각자의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관점을 발견하고, 익숙한 주제를 전혀 다른 각도로 바라보게 되는 순간들이 항상 즐거웠다. 그렇게 만난 인연은 동아리가 끝나도 이어졌다. 스무 살 때 만난 사람들과는 벌써 6년째 만나고 있고, 어느덧 결혼한다며 청첩장을 건네러 온다. 각자 다른 길로 나아가 바쁜 와중에도 가끔 만나 근황과 고민을 나누면 여전히 처음 만났을 때 그대로다. 늘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참 감사하다.

마지막 동아리를 할 때는 어느덧 주변에 동생들뿐이었다. 가끔 늙었다고 놀리는데 자기들도 곧 그렇게 될 텐데…. 웃어넘기면서도 문득 말없이 웃으며 우리를 지켜보던 예전 형누나들이 떠올랐고, OB가 되고 나니 그 마음이 이해됐다. 동생들이 내년 기수를 꾸려가는 모습이 흐뭇하면서도 떠날 때가 다가온다는 게 아쉬웠다. 그래도 애들 덕분에 올해도 즐겁게 동아리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누군가의 길잡이가 되고 싶었다

나는 좋은 파트장이었을까? 올해 멋쟁이사자처럼에서 프론트엔드 파트장으로 활동하며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이고, 이 회고를 쓰는 지금도 여전히 되묻고 있다. 작년 봄 처음 참여한 멋사는 혼자 공부만 깔짝거리던 내게 프로젝트와 해커톤, 학교 밖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를 열어줬다. 다만 정식 활동이 거의 없어 팀도 행사 정보도 직접 찾아야 할 만큼 체계가 없었다. 4학년이 되어 바빠질 올해는 열심히 활동하기 힘들 거라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다시 참여한 이유는 동아리를 체계적으로 구축해보고, 누군가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3학년 1학기까지는 시험 공부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놀기 바빴다. 뒤늦게 프론트엔드 개발자의 꿈을 쫓기 시작했지만 조언을 구할 선배가 없었고, 전공 강의와 달리 스스로 찾아가며 하는 공부는 낯설어 적응도 오래 걸렸다.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속에서 오래 허우적거렸기에, 아기사자들이 어떤 부분에서 왜 고민하는지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게 나만의 강점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같은 길을 걷는 누군가에게 길잡이가 되어주고 싶었고,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 여겨 파트장을 맡았다.

또 다른 목표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었다. 운영진들과 함께 동아리의 체계를 처음부터 설계해, 아기사자들이 다양하게 경험하고 배울 기회를 만들고 동아리가 끝난 뒤에도 스스로 개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

GPT 앞에서 길잡이는 무엇을 해야 했을까

돌아보면 목표의 70% 정도는 이뤘다. 체계를 만들고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간 건 성공이었지만, 정작 중요했던 아기사자들의 개발 방향성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장 큰 벽은 GPT였다. 옆에서 질문을 던져도 그 질문이 그대로 GPT에 복사되어 답이 돌아왔고, 잘못된 정보라도 GPT를 더 믿었다. GPT 없이 도전하기도, 핵심만큼은 스스로 고민하게 하자는 타협도 잘 지켜지지 않았다. 길잡이가 되려 했지만 제대로 이끌지 못하는 내가 답답했고, 내 방식에 회의감이 들었다.

기대한 흐름 실제 흐름 파트장의 질문 답이 안 떠올라도 스스로 고민하고 찾아봄 반복하면 지식이 조금씩 쌓임 파트장의 질문 그대로 복사 GPT에 붙여넣기 돌아온 답을 그대로 믿고 전달 잘못된 정보라도 GPT를 더 신뢰
같은 질문이라도 GPT를 한 번 거치면, 고민이 쌓일 자리에 남의 답이 들어앉는다

마지막에는 프로젝트 함수 하나를 골라 GPT 없이 분석해오라는 미션을 주었다. 몇몇 아기사자들의 결과물은 알 수 없는 표현으로 가득했지만, 그만큼 혼자 고민한 흔적이 느껴져 오히려 뿌듯했다. 처음부터 이렇게 했어야 했나 싶어 아쉬우면서도 미안했다.

한편으로는 GPT 없이 공부했던 내가 아기사자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내 방식을 강요했던 건 아닐까 싶다. 개발 환경이 변하는 만큼 알려주는 방식도 달라져야 했다. GPT 쓰지 마가 아니라 GPT를 잘 활용하는 법을 알려줬어야 했던 건 아닐까. 다시 팀을 이끌 기회가 온다면, 내 생각을 일방적으로 밀기보다 환경과 팀의 역량부터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팀이 실제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함께 찾고 싶다.

편견을 내려놓고 들어간 부스트캠프

올해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은 단연 네이버 부스트캠프다. 이만큼의 열정을 쏟아낸 건 처음이었다. 졸업까지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무언가라도 해야겠다 싶어 인턴과 부트캠프를 찾아보던 중, 친구의 권유로 지원했다. 붙을 줄은 꿈에도 몰랐고, 그저 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느껴보고 싶었다.

사실 4학년 초반까지는 부트캠프를 정말 싫어했다. 공장처럼 사람을 찍어내는, 결과물만 중시하는 곳이라 여겼고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현실 도피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다른 부트캠프에서 일하는 지인이 어떤 마음으로 운영에 임하는지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 이런 운영진과 함께라면 결국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겠다 싶었다.

그렇게 편견을 내려놓고 들어간 부스트캠프는 상상과 완전히 달랐다. 이래도 될까 싶을 만큼 많은 것이 캠퍼의 선택에 맡겨져 있었고, 같은 미션을 해도 캠퍼마다 전혀 다른 경험과 고민을 가져갔다. 이 자유로움 속에서 각자의 길을 찾아 나아가는 과정이 부스트캠프가 요구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질문과 답변 하나하나에서 캠퍼의 성장을 바라는 운영진의 진심이 느껴졌고, 나 역시 그 안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교류했다.

부스트캠프에서 얻은 네 가지

그 시간 동안 얻은 것은 크게 네 가지다.

1. 코딩에 대한 생각

이전에는 설계가 뭔지도 모른 채 떠오르는 대로 키보드부터 두드렸고, 막히면 뜯어고치고 구조가 꼬이면 처음부터 다시 짜는 일이 반복됐다. 부스트캠프를 거치며 구조를 그리고 각 부분의 역할과 관계를 정리한 뒤 코드로 옮기니, 수정이 줄고 기능을 추가하거나 바꾸기도 훨씬 편해졌다. 생각하는 시간이 코딩 시간을 단축시켜준다는 걸 체감했다.

2. 공유에 대한 태도

아는 걸 공유하는 게 잘난 체하는 것 같았고, 틀린 정보일까 걱정돼 완벽히 알지 못하면 가만히 있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부스트캠프에서는 모두가 고민과 학습 내용을 적극적으로 나눴고, 틀려도 다른 캠퍼들이 짚어주는 과정에서 오히려 개념이 더 확실해졌다. 혼자 완벽하게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불완전하더라도 공유하며 함께 채워가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3. 질문할 줄 아는 용기

남의 시간을 뺏는 건 아닐까, 이런 것도 모르냐는 시선을 받진 않을까 싶어 질문 한 번 하기가 조심스러웠다. 부스트캠프에서는 슬랙에 질문을 올리면 캠퍼들이 생각지도 못한 접근법을 알려주고 함께 고민해줬다. 혼자서는 보이지 않던 부분이 다른 사람의 답변으로 명확해지는 경험이 쌓이면서, 이제는 먼저 질문을 던지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4. 기록의 습관

챌린지 때 다른 캠퍼의 추천으로 회고를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한 주를 정리하는 정도로 생각했지만, 쓸수록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생각의 변화가 있었는지 되짚어보는 시간이 됐다. 데모에서 받은 피드백을 회고로 정리하며 다음 주 방향을 잡았고, 이전 회고를 다시 읽다 몇 주 전 막막해하던 문제를 지금은 자연스럽게 풀고 있다는 걸 발견할 때면 뿌듯했다. 이런 흔적을 놓치고 싶지 않아 지금도 꾸준히 회고를 쓰고 있다.

함께한 캠퍼들 덕분에 방향을 잡다

웹 풀스택 파트에는 140명 가까운 캠퍼가 있고, 매주 그룹이 바뀌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환경이 짜여 있었다. 같은 주제라도 각자의 경험과 배경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달라 놀랄 때가 많았다. 자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친해진 캠퍼들도 많아졌고, 가벼운 기술 질문으로 시작한 관계가 점점 고민을 편하게 털어놓는 사이가 되었다.

멤버십 중반쯤, 프론트엔드와 백엔드 중 어디에 더 집중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은 적이 있다. 백엔드 지식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프론트엔드가 완벽한 것도 아니었다. 그때 친해진 캠퍼들에게 솔직하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미 방향을 잡은 캠퍼들이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고 어디서 확신을 얻었는지 구체적으로 공유해줬고, 덕분에 내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고 싶은지 다시 생각해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벌써 5개월이 지났다. 도전과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딱 어울리는 곳이다. 모든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고, 그만큼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가끔 1~2년 전에 도전했더라면 지금쯤 더 앞서가 있지 않았을까 싶지만, 4학년 취준생의 간절함이 오히려 더 큰 동력이 된 것 같다. 남은 기간 끝까지 불태워, 뿌듯한 마음으로 과정을 마무리하고 싶다.

소속 없이 스스로 나아갈 내년

내년이면 졸업과 함께 부스트캠프도 끝나, 한 해 동안 나를 붙잡아준 자리가 하나도 남지 않는다. 소속이 곧 동기부여라고 생각해온 터라 막연한 불안감이 찾아온다. 그래도 부스트캠프에서 배운 대로 목표를 세우고, 시간을 투자하고, 꾸준히 되돌아보는 방식은 어디서든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소속감이 나를 이끌어줬다면, 앞으로는 스스로 방향을 잡고 나아가는 연습을 할 때다.

지금까지: 소속이 끌어줌 내년: 스스로 도는 순환 학교 동아리 부스트캠프 소속에서 오는 동기부여 끌려가듯 나 내년엔 세 자리 모두 끝남 목표 세우기 시간 투자 되돌아보기 실행 다음 방향 누가 시키지 않아도 쌓인 만큼 돌아봄
밖에서 끌어주던 힘이 사라진 자리는, 스스로 도는 작은 순환으로 채워야 한다

쉬는 법도 되찾고 싶다. 매년 두 번씩 취향이 비슷한 친구 셋이 조용한 자연으로 2박 3일 여행을 떠났고, 특별한 계획 없이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쉴 수 있었다. 요즘은 다들 바빠 일정 맞추기가 어려워졌고, 나 역시 올해는 불안한 마음에 어디를 가든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잠깐의 여유조차 아까워했다. 내년엔 꼭 시간을 내 노트북은 집에 두고, 진짜 쉬면서 맛있는 것도 배 터지게 먹고 올 생각이다.

정리하며

올해는 마지막 학년의 선배로서 후배들을 챙기고, 부스트캠프에서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최선을 다했고, 그럭저럭 나쁘지 않게 해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아주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면 좋겠다.

내년은 취업 준비로 바쁘겠지만, 학교도 부스트캠프도 끝나 오히려 어떤 구속도 없다. 풀어지면 한없이 풀어질 수 있기에 스스로를 단단히 붙잡으려 한다. 주변에서 취업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압박이 조여오지만, 비교하는 순간 나만의 방향을 잃는다는 걸 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나아가, 누가 보더라도 저 사람은 뭐든 될 것 같아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만의 속도로,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쌓아 더 단단해지는 2026년을 만들어가자.

부록: 멋쟁이사자처럼 일상

개발만 하며 보낸 한 해는 아니었다. 대학 생활 마지막 MT도 다녀왔다. 이 나이에 무슨 MT냐고 하겠지만, 평균 나이가 나랑 별 차이 안 났다. 정말이다.

이정도면 굴러가지 않을까
이정도면 굴러가지 않을까

사람들을 모아 보드게임도 하러 갔다. 이때부터 보드게임의 서막이 시작되었고, 그중 한 명은 칩까지 샀다.

누구 하나 잘 되는 건 못 본다는 아이들
누구 하나 잘 되는 건 못 본다는 아이들

방학에는 펜션에 놀러 갔다. 새벽까지 잠도 안 자고 버티는 애들이 대단했다.

새벽 4시의 불멍
새벽 4시의 불멍

한 해를 마무리하며 연말 파티도 열었다. 최근 들어 노트북에서 떨어져 이렇게 재미있게 논 건 처음이었다. 안 그래도 웃긴 애들이라 가만히 있어도 웃음이 나왔다. 물론 그 누구도 가만히 있지 않았지만.

일단 내가 제일 정상인 것 같다.
일단 내가 제일 정상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