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부스트캠프 웹・모바일 10기] 챌린지 수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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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고
2025-08-12

지원하게 된 배경

대학 생활의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이맘때의 모두가 그렇듯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인턴십을 지원하자니 아직 많이 부족했고 운 좋게 합격하더라도 깊은 이해 없이 시키는 일만 하는 공장형 개발자가 될 것 같았다. AI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는 요즘 그런 피상적인 지식으로는 금방 대체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도 있었다. 취업을 위한 경험 쌓기보다 탄탄한 기본기와 사고력을 먼저 갖추고 싶어 부트캠프를 택했다.

부트캠프를 결심한 뒤로는 매일같이 새로운 공고를 찾아보았다. '부트캠프 수료생'이라는 꼬리표가 아니라 실질적인 성장을 원했기에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복습하거나 단기간에 결과물만 찍어내는 곳은 걸러냈다. 그러던 중 발견한 부스트캠프의 공고는 달랐다.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인공지능 시대의 서비스 개발자'라는 제목이 내가 이전에 느꼈던 AI에 대한 불안감을 정확히 관통했다. 부스트캠프가 추구하는 가치와 인재상을 꼼꼼히 읽어 내려가자 내가 꿈꾸던 개발자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져 망설임 없이 지원서를 작성했다.

Challenge, 합격을 위한 마지막 관문

챌린지 과정에 입과하며 수많은 요구사항을 마주하자 막막함이 앞섰다. 이렇게까지 정리해야 하는 게 많나 싶었고, 하루라는 시간 동안 이 모든 걸 어떻게 끝낼 수 있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성장과 합격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이루고 싶었고, 특히 마지막 과정까지 온 만큼 합격이 더 절실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보기로 다짐하며, 체력 관리를 챌린지의 전략으로 삼았다. 체력이 뒷받침돼야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 아침에 운동도 하고 밥도 잘 챙겨 먹으며 하루하루를 버텨보고자 나만의 챌린지 시간표를 만들었다.

시간할 일
7시 - 8시조깅 후 커피 사오기
8시 - 9시씻고 아침 먹기
9시 - 11시다른 사람들 작업 둘러보고 피드백 준비하기
11시 - 12시피어 피드백
12시 - 13시점심
13시 - 02시미션 해결

처음에는 코어타임인 오후 7시면 모든 작업이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코어 타임은 동료들과 소통하기 위해 반드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하는 시간일 뿐이었고, 미션 해결은 코어타임과는 별개로 매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내일의 내가 못 버티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에야 잠들었고, 이 정도는 해야 네이버고 이 정도는 해야 성장하겠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1-2주차: 흔들리는 목표, 깊어지는 고민

첫 주의 학습 태도는 구현 중심으로, 베이직 때의 습관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복잡한 요구사항 앞에서 깊이 있게 학습하기보다 일단 작동하는 코드를 만드는 데 급급했고 필요한 개념은 겉핥기식으로 훑고 넘어갔다. 주말 동안 배운 내용을 복습하며 돌아보니 '설계'라는 개념이 통째로 비어 있었고 AI가 대체할 수 없는 개발자가 되겠다고 마음먹고 온 곳에서 정작 문제 풀이에만 매달리고 있었다. 그래서 2주차부터는 구현보다 학습에 집중하기로 했다.

2주차는 하루에 난이도 '중'과 '상' 미션 두 개를 동시에 마주하며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 학습에 집중하려 했지만 저녁 6시쯤이면 초조함에 AI의 도움을 받아 구현부터 시작했고, 후반으로 갈수록 학습도 구현도 제대로 못 한 채 하루가 지나가기 일쑤였다. 그런 나와 달리 한 팀원은 구현을 아예 포기하고 학습에만 매달렸다. 성장에는 학습이 우선이고 이 개념을 언젠가 확실하게 본인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그때가 지금이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한참을 멍하니 생각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건 뭘까, 부스트캠프에 지원한 이유가 뭐였을까. 대학 과제처럼 작동만 하면 되는 코드에 만족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개념을 익혔는지에는 무심했던 것 같았다. 그걸 깨닫자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이런 방식으로 합격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이때부터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 성장을 최우선 목표로 두기로 했다.

3주차: 변화, 그리고 즐거움

2주차에 마음가짐이 바뀌고 나니 3주차에는 조급함이 거의 사라졌다. 집중해야 할 부분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고, 학습의 방향도 구현을 위한 학습에서 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학습으로 전환되었다. 블로그보다는 공식 문서나 신뢰도 높은 자료를 참고했고, 같은 개념을 다룬 다른 사이트들을 비교하면서 읽어보기도 했다. 무조건 손으로 작성해보며 노트에 키워드와 흐름을 시각화하는 연습을 한 덕분에 집중해야 할 포인트가 선명하게 보였고, 한 단계씩 차분히 구현해나갈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부족함은 많았다. 손으로 적었다고는 해도 내용이 추상적이어서 흐름만 따라가면 될 것 같던 생각이 상황에 따라 매번 뒤틀렸다. 그러던 중 한 팀원이 모든 설계를 손으로 끝까지 정리하는 모습을 봤다. 초조한 마음에 애매한 설계로 구현에 들어간 나와 달리 그는 정리한 자료만 보고 빠르게 구현했다. 내가 원하던 방식을 그대로 하고 있는 모습에 꼭 본받고 싶어져 4주차에는 이 습관을 내 것으로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다.

애매한 설계로 출발한 나 설계 구현 수정 구현 수정 구현 설계를 끝내고 출발한 팀원 설계 구현 시간 팀원이 구현을 마친 시점 설계 구현 수정
설계를 끝내고 출발한 쪽은 구현 구간을 한 번에 지나가고, 애매한 설계로 출발한 쪽은 구현과 수정을 번갈아 오간다

3주차에는 동료들과 함께 소통하고 의견을 공유하며 매 순간 즐겁게 배웠던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이런 의견이 있으니 내일 얘기해보자는 분위기 속에서, 서로의 접근 방식을 비교하고 관련 문제까지 찾아오며 치열하게 성장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늘 뿌듯하고 즐거웠다.

4주차: 인생은 회귀의 연속

4주차 미션들은 이전에 배운 모든 내용을 담은 종합 선물 세트 같았다. 분명 알고 있는 개념인데도 깊이가 부족해 다시 학습하는 일이 반복됐고, 그러다 보면 주어진 하루 동안 모든 것을 끝내기란 불가능했다. 2주차부터 꾸준히 연습해 이제 기본은 할 줄 안다고 자신한 기술이 있었는데, 4주차에는 그 기술을 응용한 고급 기술을 요구했다. 그렇다고 크게 문제되지는 않았다. 다시 처음부터 채워갈 수 있으니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며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전과 다르게 마지막 주차에서는 구체적인 설계에 공을 들였다. 머릿속으로만 흐름을 그리지 않고 손으로 직접 그리거나 Mermaid로 시각화하니 구현의 복잡도가 크게 줄어 각 단위의 역할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AI를 쓰는 방식도 달라졌다. 설계도를 바탕으로 모르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질문하니 놀랄 만큼 정확한 답변이 돌아왔고,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답변의 질이 달라진다는 걸 깨달았다. 좋은 코드란 무엇일지 고민하며 AI와 각자 코드를 작성해 비교해보기도 했는데, 평소 내 스타일에서 벗어나 바라보지 못했던 부분을 알 수 있었다.

구현 쪽 설계 쪽 1주차 작동하는 코드 먼저 개념은 겉핥기 2주차 학습으로 무게 옮김 학습도 구현도 놓침 3주차 손으로 설계 정리 차분히 한 단계씩 4주차 Mermaid로 시각화 구현 복잡도 감소
학습의 무게중심이 구현 쪽에서 설계 쪽으로 옮겨가는데, 그 중간에 낀 2주차가 가장 나쁜 결과를 냈다

'실력'을 얻었다고 말한다면 솔직히 거짓말일 것이다. 짧은 기간에 배운 기술들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는 힘들고, 정제하고 갈고닦는 일은 이제부터의 몫이다. 대신 경험과 좋은 습관을 얻었다. 대단한 동료들과 치열하게 배우면서 여러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이전에 이렇게까지 학습해본 적도,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있었던 적도 없는 힘든 한 달이었다. 하지만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해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기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즐거웠고, 좋은 성장의 발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의 여정

배운 모든 것을 한 번에 활용하기는 어렵겠지만 두 가지는 반드시 습관으로 만들고자 한다. 첫 번째는 설계다. 거창하게 들리지만 결국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고 그 과정을 기록하는 습관이다. 이전의 나는 기능 추가만큼이나 코드 수정에 시간을 쏟으며 그 시간을 몹시 아까워했는데, 설계에 투자하는 시간이 개발 시간을 배로 줄인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두 번째는 AI를 더 폭넓게 활용하는 방법이다. 동료들이 AI를 쓰는 모습을 보며 내가 모르는 기술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고 놀랐다. 답을 그대로 받아 적을 때보다 내 답과 갈리는 지점을 찾아 왜 다른지 따져볼 때 남는 게 많았다. 앞으로는 프롬프트를 구체적으로 작성하고 답변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AI를 단순한 질문봇이 아니라 학습을 돕는 도구로 쓰고자 한다.

똑같은 문제를 다시 마주쳐도 이제는 시간을 들여 학습하고 정리하면 길이 보일 거라 생각한다. 구현 방법이 떠오르지 않을 때 이전의 나는 회피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도망간 부분들이 쌓이고 쌓이다 이번 챌린지에서 직면하게 된 것이니, 앞으로는 우회할 방법을 찾지 않고 문제에 맞서고자 한다. 설령 떨어지더라도 이 시간은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배운 내용과 쏟은 시간은 변하지 않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 자체가 내게는 남는다.

회고에 대한 회고

모든 내용을 작성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떤 문제가 있었고 어떤 고민을 했으며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모든 순간이 선명하게 기억나 떠오르는 대로 솔직하게 기록했기 때문이다. 다만 시간이 길어진 건 내용을 '어떻게' 담아낼까를 고민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다시 읽었을 때에도 지금의 이 감정이 생생하게 느껴지도록 어떤 단어를 쓰고 어떤 흐름으로 써야 할지 고민하며 적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다음 기수를 준비하며 이 글을 보고 있는 사람에게는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베이직 시작 전까지 무언가를 열심히 준비하거나 억지로 바뀌려 하지 말고, 부스트캠프가 준비한 흐름에 몸을 맡기고 솔직한 자신의 모습 그대로 흘러가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문제에 부딪히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성장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나는 현재에 안주하고 솔직하지 못했던 모습을 내려놓은 후에야 비로소 더 편안하고 넓은 시각으로 성장을 바라볼 수 있었다.

챌린지 과정이 끝나고는 거창한 계획을 세웠었지만, 실제로는 밀린 피로가 몰려와 그대로 뻗어버렸다.

그래도 합격은 하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여전하다.